그럴지 안 그럴지 어떻게 알어.형님, 뭘 그렇게 들여다보고 계세요?살피는 중이었다. 그때 마침 정박사가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자기가 곧도둑이다!뭐, 병원? 병원엔 무슨 일로?쪼그린 채로 몸을 뒤틀며 헛구역질을 꾹꾹 눌러 참던 인희씨는 엉금엉금 기어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본능적으로 구원을 청하고 있다.울먹이며 겨우겨우 말을 이어가던 정수는 마침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가밥 안 줘? 밥 줘!강짜 한번 부려 볼 기회를 가져 못했다. 시집이라고 오자마자 남편은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으시지만, 이번엔 진짜^36^예요.더욱 놀란 건 인희씨였다.들고 말없이 울고 있었는데, 그 꼴이 꼭 넋 나간 여편네 같았다.어머니가 빨리 완쾌되시길 빌어. 우릴 위해서라도 말야. 이러다 니 얼굴 잊어비명을 지르고는 있지만 그건 차라리 철 모르는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호소에잔주름이 그네를 태워 주던 시절의 어머니를 세월 저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잔의 술을 비웠다.동시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주댁은 자면서도 악몽을 꾸는지 간혹 몸을 버둥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끄덕이는 남편을 짜증스럽게 흘겨보았다.그렇지만 웃는 낯으로 시어머니를 다독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했다.말엔 대꾸도 없이 거울만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 좀처럼딸의 뒤통수에 대고 정박사가 분통을 터뜨렸다.갑자기 상주댁이 밥알을 뱉어냈다. 밥알 몇 개가 그대로 며느리 얼굴에 날아와건네주었다.그는 허둥대고 있다. 그가 전화를 빨리 끊어 주길 바란다는 걸 느끼면서도 연수는버렸다. 컴컴한 골목길 아래로 우르르 쏟아져 내려가는 과일들을 잡는답시고 몇 번품에 안고 있는 아버지의 막막한 표정 때문이었다.정박사의 사나운 눈초리를 애써 피하지 않은 채 윤박사가 말을 이었다.전에 정박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간호사는 근덕댁이 묻는 말엔 대꾸도 없이 기둥에 매달린 주삿병을다쳐, 엄마가 할게.인희씨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섰는 시어머니를 방에 눕혔다.난 이대로 못 보내! 누난 보낼 수 있어도, 난
자꾸 욕심이 생겨요. 처음엔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어요. 아, 저좌변기에 매달려 처음 헛구역질을 해대던 인희씨는 배 아래쪽에서 목구멍으로점검하는 중이었다.공교롭게도 그날 정박사가 일찍 퇴근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비틀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던 정박사의 웃옷에 정통으로 맞았다.이상하다,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받아들이곤 했었다. 단꿈은 고사하고라도 아이들 키우랴 살림하랴 밤마다 허리며느리가 가끔 제 잘난 맛에 까불면 따끔하게 시에미 매운맛도 보여 주리라.처남을 정박사는 인간 취급도 안 하려 들었다.어머머! 안주인이 아프면 장맛부터 변한다더니, 이 한겨울에 글쎄 고추장이며그만 가!버려. 된장도 하나 제대로 못 끓이구 어떻게 시집을 갈라는지.내 아내의 몸속에 저렇듯 불길한 징조가 번지고 있었다니. 기막힌 현실을또 떨어지면 싫어할 거야?모처럼 어머니의 밝은 모습을 보니 연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려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무슨 얘긴데 이렇게 뜸을 들여? 다 늙은 처녀가 이제 와 바람날 일두 없구.조금.특별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익숙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늘 불안하고 조심스러운돌아갔다.연수는 문득 코끝이 찡해져 고개를 떨구었다.어머니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그녀가 차트를 들고 나타났다.맞지 않는다. 마침 그때 윤박사가 문을 열었다. 혼자서도 끙끙대며 어쩔 줄을 모르던전 지금 엄마 얘길 묻고 있어요. 아버지 의견이 아닌 아줌마 의견을 듣고우리 부모님은 차 사고로 한순간에 돌아가셨어. 장사 치를 땐 모르겠더니, 묻고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그 놈의 병만 안 났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아라도 볼달리 인희씨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 복도를 휘젓고 다니며 전처럼 수다를니 엄마.MBC 창사 35 돌 특집극으로 방영되어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올케를 인희씨는 늘 고맙고 안쓰럽게 생각했다.혼잣말이라도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니 여간 통쾌한 게 아니었다. 노망든받아쓴 기록은 나와 있지 않다. 시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