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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온라인홀덤 덧글 0 | 조회 11 | 2023-10-31 08:09:37
이필창  

그렇게 되묻는 시온은 어쩐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이비는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진짜 그런 거면, 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이비는 버럭 소리치고 시온을 괜히 쏘아봤다. 그러자 시온이 여상히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가 세상을 멸망시켰을까 봐 무서운 거야?”

“그래, 이 바보야……!”

이비는 당연한 걸 굳이 묻는 시온에게 짜증을 내며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괴감이 쏟아졌다. 어린애도 아니고 말하다 울음을 터트리다니,그것도 하필이면 저 사람 앞에서.

이비는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수 없이 납득했다.

탑주를 만나고 돌아온 후 이비는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다. 압박감에 숨도 쉬기 어려웠는데 어디에도 말할 수가 없어 혼자 벌벌 떨면서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저 백작이 아저씨처럼 구니까, 다른 사람인 듯 같은 사람인 듯 헷갈리게 구니까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다. 여기선 울어도 된다고 착각하고 여태 눌러 담아 둔 걸 터트려 버렸다.

그렇게 화려하게 저질러 버린 이비는 쿠션에 얼굴을 파묻은 채 시온의 반응 기다렸다.

힐끗 눈을 들어서 쳐다보니 그는 이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게 괜히 서러워 두 눈에 눈물이 또 차오르는데, 시온이 돌연 이해가 안 된다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런데 왜 날 불편해해?”

“넌 다 알잖아.”

“뭘?”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래서 피한 거야?”

“응.”

이비는 울먹이며 대답하다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냥 훌쩍였다.

시온은 그런 이비를 보며 왠지 멍청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비의 옆으로 와 앉았다. 그러곤 쿠션에 얼굴을 박은 채 난감해하는 이비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이비는 그걸 낚아채 엉망이 된 얼굴을 서둘러 정리했다. 그런데 시온이 허락도 없이 등에 손을 얹는 바람에 도로 눈물을 쏟고 말았다.

계속 울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이비는 그만 울고 싶은데 도저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등만 다독이는 척하다가 어깨까지 감싸 안는 이놈도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계속 훌쩍이는데, 어느새 이비의 정수리에 턱을 괸 시온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렇다 쳐도 이제 와서 피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내,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

“그래서?”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그만 물어봐, 이 나쁜 놈아!”

좀 진정할라치면 다시 말을 거는 시온에게 참다못한 이비가 빽 소리쳤다.

그에 시온이 실소를 터트렸고, 그의 웃음을 고스란히 느낀 이비는 그에게서 몸을 일으키며 눈을 치켜떴다.

그 원망 섞인 시선에 시온이 반쯤 웃고 반쯤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이것 봐, 또 내 말 안 들었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이비가 그저 쳐다보자, 시온이 이비의 젖은 눈을 닦아 주며 덧붙였다.


“그럴 수 있으면 진즉에 그랬겠지. 굳이 찾아다니지도 않고, 지키려고 하지도 않고, 만나 달라고 매달리지도 않고.”

애정 섞인 힐난이었지만 이비는 오히려 눈을 뾰족하게 뜨며 따졌다.


“처, 처음부터 온라인홀덤 준 척하지 마, 지긋지긋한, 빚 취급했으면서…….”

“……그건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시온이 후회하는 얼굴로 사과했다. 그래서 이비는 그를 조금만 더 노려보다가 다시 쿠션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대로 오도카니 앉은 이비를 시온이 끌어당겼다.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우느라 지친 이비는 못 이기는 척 몸을 무너트렸다.

익숙한 체온에 익숙한 체향이었다.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도 얄밉도록 똑같아서, 이비는 그가 달래 주는 품 안에서 잠시 더 훌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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